방에서 벌레를 발견하면 손이 먼저 살충제로 갑니다. 그런데 눈앞의 한 마리를 잡는 일과 벌레가 계속 나오는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다릅니다. 들어오는 길이 열려 있는 한, 잡는 속도가 들어오는 속도를 이기기 어렵습니다.
먼저 볼 곳은 창문 방충망, 창틀의 틈, 욕실과 싱크대의 배수구, 에어컨 배관이 지나는 구멍, 현관문 아래입니다. 스마트폰 손전등을 들고 창문에서 시작해 현관까지 한 바퀴 돌면 됩니다.
이미 바퀴벌레가 반복해서 나오거나 한 번에 여러 마리가 보이는 상황이라면, 유입 차단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. 그 경우 건물 전체의 문제일 가능성도 있으므로 관리주체와 상의하거나 전문 방역을 검토하는 것이 맞습니다.
창문: 방충망은 가장자리가 먼저 상한다
방충망 점검은 망 가운데보다 가장자리부터 봅니다. 망 자체가 찢어지는 경우보다 망과 프레임이 만나는 모서리가 들뜨거나, 고정 고무가 빠져 틈이 생기는 경우가 더 흔하기 때문입니다.
창을 열고 방충망을 밝은 바깥을 배경으로 훑어봅니다. 모서리 네 곳, 프레임과 망 사이, 그리고 방충망과 창틀이 겹치는 부분을 봅니다. 작은 찢어짐은 방충망 보수 스티커나 테이프로 막을 수 있습니다. 임시 조치라도 구멍을 막는 것과 열어두는 것의 차이는 큽니다.
놓치기 쉬운 것은 창문을 반만 열었을 때 생기는 구조적인 틈입니다. 이중창에서 안쪽 창과 바깥쪽 창의 위치에 따라 방충망이 없는 구간이 생길 수 있습니다. 평소 창을 열어두는 위치에서 방충망이 열린 폭 전체를 가리는지 확인해보세요.
창틀: 레일 구멍과 모헤어를 본다
창틀 레일에는 물 빠짐용 작은 구멍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. 바깥과 통하는 구멍이므로 작은 벌레의 통로가 되기도 합니다. 구멍을 완전히 막으면 배수가 안 되니, 막지 말고 위치만 알아둔 뒤 주변에 벌레 흔적이 보이는지 관찰하는 정도가 적당합니다.
창문 가장자리에 붙은 털 모양의 모헤어도 봅니다. 오래되면 눌리고 빠져서 창을 닫아도 틈이 남습니다. 창을 닫은 상태에서 손전등을 비춰 빛이 새는 구간이 있는지 보면 틈을 찾기 쉽습니다. 모헤어는 규격을 확인해 교체할 수 있지만, 임대주택이라면 임의 교체 전에 관리주체에 확인합니다.
배수구: 트랩에 물이 있는지 확인한다
욕실 바닥 배수구와 싱크대 배수구는 하수관과 연결된 길입니다. 배수구 아래에는 물이 고여 하수관 쪽 공기와 벌레를 막는 트랩 구조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, 오래 집을 비우거나 자주 쓰지 않는 배수구는 이 물이 말라버립니다. 물이 마른 트랩은 냄새와 벌레 모두에게 열린 문입니다.
자주 쓰지 않는 배수구라면 물을 잠시 흘려보내 트랩이 마르지 않게 합니다. 배수구 구조를 알 수 없거나 물이 빠지지 않는다면 임의로 덮지 말고 관리주체에 확인합니다. 덮개가 헐겁다면 배수를 방해하지 않는 전용 커버가 맞는지 규격부터 확인하세요.
배관 구멍과 현관: 마지막 두 곳
에어컨 배관이 벽을 통과하는 구멍은 시공 시 퍼티나 마감재로 메워져 있어야 합니다. 실내기 뒤쪽이나 배관이 나가는 벽 주변을 손전등으로 비춰 마감이 부서지거나 틈이 벌어진 곳이 있는지 봅니다. 틈이 있다면 배관용 퍼티로 메울 수 있습니다. 배관을 움직이거나 당기지는 않습니다.
현관문은 닫힌 상태에서 아래 틈을 봅니다. 복도의 불빛이 문 아래로 새어 들어온다면 벌레가 지나기에 충분한 높이입니다. 문 아래 틈은 부착형 문풍지나 도어 스위퍼로 줄일 수 있습니다. 공동주택 복도에서 벌레가 자주 보인다면 우리 집 차단과 별개로 관리주체에 공용부 방역 일정을 문의해볼 수 있습니다.
살충제보다 오래가는 순서
점검을 마쳤다면 발견한 틈을 큰 것부터 막습니다. 살충제를 쓸 일이 있더라도 제품 표시사항을 지키고, 음식과 식기 근처, 환기가 안 되는 좁은 공간에서의 사용은 피합니다. 서로 다른 약제를 같은 자리에 겹쳐 쓰지 않습니다.
마지막으로 한 바퀴 점검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.
- 방충망 모서리와 프레임 접합부에 들뜸이나 찢어짐이 없다
- 평소 창을 여는 위치에서 방충망이 열린 폭을 전부 가린다
- 창을 닫았을 때 불빛이 새는 틈이 없다
- 자주 안 쓰는 배수구 트랩에 물을 채웠다
- 에어컨 배관 구멍의 마감이 온전하다
- 현관문 아래로 불빛이 새지 않는다
벌레 문제는 발견한 날의 대응보다 들어오는 길을 며칠에 걸쳐 하나씩 줄이는 쪽이 결과가 오래갑니다. 오늘은 한 바퀴 돌며 길을 세는 것까지만 해도 충분합니다.
